‘송송’ 썰리는 청양고추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성인 남자가 두 팔로 겨우 감싸 안을 정도인 지름 150㎝의 거대한 가마솥에서 ‘모락모락’ 나는 수증기가 구수한 순댓국 냄새와 함께 가게 안으로 퍼지자 군침이 절로 돌았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방영선 수원 A순대국 대표(48)는 육수가 푹 고아졌는지, 가마솥 뚜껑을 열어봤다. 직원 김선실씨, 방선자씨는 음식 재료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방 대표는 이처럼 정성을 들여 만든 순댓국을 정자3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매달 홀몸 노인 등 관내 저소득층 가구 20여명에게 전달하고 있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 등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가진 나눔을 행동에 옮긴 것이다. 특히 감성적인 성격의 방 대표는 어려운 이웃들의 이야기를 다룬 TV프로그램을 즐겨볼 때마다 눈시울을 붉히며 이 같은 다짐을 되새겼다.
이를 실천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 대학 진학 대신 취업 전선에 뛰어든 방 대표는 주방보조 등 밑바닥부터 일하다가 지난 2019년 A순대국을 인수했다.
직원에서 사장으로 호칭만 변경됐을 뿐 병원 갈 시간도 없는 등 바쁜 건 매한가지였다. 다만, 순대국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줄 수 있는 결정 권한은 생겼다.
비록 자신과 직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일로 음식을 직접 배달하지 못해 소외계층의 반응을 몰라도 정자3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로부터 ‘할머니가 아주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없던 기운도 생겼다. 순댓국을 더 맛있게 끓이고 싶다는 생각에 오늘도 오전 9시에 가게에 나와 육수가 진해졌는지 살폈다.
이 때문에 달력에 ‘순댓국 봉사’라는 글귀를 적을 때 설렌다. 가족과 같은 단골손님들이 “좋은 일한다”며 치켜세우면 쑥스럽기도 하면서도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나눔 실천의 의지를 되뇌였다.
방 대표는 “사정상 직접 배달하지 못함에도 동사무소 직원들이 대신 순댓국을 갖다주고 있어 정말 감사하다. 그들이 없다면 이러한 일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옛날에는 연말연시에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자 구세군 냄비가 가득했는데, 점점 사회가 각박해지는 거 같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어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저도 언젠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살 수 있다”며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 순댓국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