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5회째를 맞는 수원연극축제 ‘숲속의 파티’가 경기상상캠퍼스 일원에서 20일부터 21일까지 수원 시민들과 호흡한다. 2017년까지 수원화성 인근에서 치뤄진 축제가 2018년부터 경기상상캠퍼스로 옮겨 진행된 지도 네 번째다.
코로나19로 지난 2020~2021년 취소된 데 이어 지난해엔 국내공연 만으로 진행된 만큼, 올해는 달라진 모습으로 시민들과 함께한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팬데믹 여파로 초청하지 못했던 해외 공연팀을 4년 만에 다시 섭외할 수 있게 됐다. 이어 작품의 양 대신 질에 집중했다. 176개의 출품작 가운데 선정된 7편과 초청작 5편을 포함한 12편의 작품을 양일간 두 차례씩 선보인다.
2018년부터 축제를 맡고 있는 임수택 수원연극축제 예술감독을 만나 이번 축제의 준비 과정과 예술감독으로서 그가 어떤 생각으로 행보를 이어왔는지 들어봤다.
이번 축제는 공간 특성에 맞게 거리극, 서커스, 공중 퍼포먼스라는 세 갈래 장르를 통해 야외 곳곳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시민들 역시 시간과 기호에 따라 넓은 공연장을 돌아다니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임 감독은 실내공연이 사라진 자리를 거리예술로 채우는 방식에 대해 “사실 실내공연장에 가서 즐기는 관객이 그렇게 많지 않다. 다수의 시민들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소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그렇지만 거리예술은 시민에게 다가가겠다는 취지로, 시민들의 주거공간과 접근성을 고려해서 공연하는 데 목적을 두기 때문에 꼭 활성화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직접 연출을 하던 때도 있었지만, 오랜 기간 1차 창작이 아닌 2차 창작의 영역에서 총괄을 맡아 왔다. 작품 연출을 내려놓은 지 오래됐기에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확신은 안 서지만 지금도 기회만 된다면 작품을 직접 무대 위로 올리고 싶다는 임 감독은 “작품을 선별할 때 과거 연출자로 오랜 기간 몸 담았던 경험이 예술감독직을 수행할 때도 큰 보탬이 된다”며 “공간에 맞게 작품을 변형하고, 순서에 따라 배치하는 작업 모두 그 때 경험이 도움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임 감독은 창작자와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스타일로 축제를 기획한다. 매번 자신이 생각하는 축제의 이미지, 이상적인 틀이 있지만 웬만해서는 창작 주체의 의견을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공연을 위한 장소를 고를 때 역시 후보지를 염두에 뒀을지라도 중요한 건 창작자의 의견을 가장 먼저 듣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일이다.
끝으로 임 감독은 항상 지역 예술문화 발전에 어떤 게 도움이 될지 고민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에서 좋은 작품이 생산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지역에서 좋은 문화 소비가 촉진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임 감독은 “1989년 5월 정명훈 지휘자가 파리 국립바스티유오페라단 음악 총감독으로 취임했던 때를 떠올려 보고 싶다. 이건 한국 국민들한테 좋은 건가 아니면 파리 시민들한테 좋은 건가? 당연히 후자”라면서 “높은 수준의 공연을 소비하는 환경을 마련하도록 힘써야 문화가 발전한다. 그래야 그 문화를 소비하는 주체인 시민 중심의 예술문화를 꾸려나갈 수 있다. 이번 연극 축제 역시 그런 점에 최대한 집중했다. 많은 성원 보내주셔서 감사드리고, 축제 때 인사드리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