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락논쟁┃문석윤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펴냄. 800쪽. 4만원] 옛 사회에서 치열하게 전개됐던 철학 논쟁과 담론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혜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에서 펴낸 ‘호락논쟁’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호락논쟁은 조선 성리학의 최대 논쟁이었다. 호학과 낙학 두 학파는 성리학에서 주요하게 다뤘던 인간의 마음과 본성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졌고 해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의견을 나눴다. 이런 호락논쟁과 관련한 개념을 역사, 인물 등 다양한 논점에서 정리하고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발간까지 꼬박 4년이 걸린 이 책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사유의 한국사’ 시리즈 네번째 작품이다. 사유의 한국사는 한국 사상가의 발자취와 철학적 개념을 탐구하고 근원을 이해하기 위한 교양총서다. 그런만큼 저자를 선정하는 과정부터 심혈을 기울였다. 저자인 문석윤은 경희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한국 철학, 그중에서도 유기 철학 분야에서 연구를 거듭해왔다. 그는 성리학과 실학을 해석하고 연구 지평을 확장하는 데 집중해왔다. 저자는 책머리를 통해 집필 의도를 전한다. 그는 “호락논쟁의 태동과 각 학파의 형성기라 할 수 있는 시기에 대한 서술이 집중된데 반해 호학과 낙학 사이의 논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때에 대한 서술을 보완할 필요가 있었다”며 “후학들의 대응까지 서술했다”고 말했다.
[■ 지불되지 않는 사회(인물과 사상사 刊, 김관욱 지음)] 문화인류학자이자 의사인 저자가 바라본 우리나라 노동의 ‘이미지’가 글로 풀어졌다. 한국의 노동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밀려오는 느낌은 ‘숨가쁨’이다. 벅차고, 쉴 틈 없고, 다치고, 다친 것을 감당하고 또 일을 하는 일상. 저자는 만성적 피로와 저임금, 정리해고, 과로사 등 노동의 처참한 단면들을 다룬다. 저자는 ‘뜨거운 질문들’이라며 우리 사회에 노동과 관련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우리가 하고있는 노동에 대해 합당한 지불을 받고있는 걸까. 우리에게 노동의 가치는 무엇일까. 노동이 곧 질병인 사회란 어떤 이미지일까. 나의 상처뿐만 아니라 타인의 상처에도 무감각해져야만 도덕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된 것은 아닐까. 저자가 말하는 ‘지불되지 않는 사회’ 속에서 상처가 되어가는 노동, 가치를 상실한 노동,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의 노동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 나선다.
[소되는 세계 (사이 刊)] ‘세계 꼴찌’ 수준의 출산율을 벗어나기 위해 ‘1억’ 지원 등 파격적인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2022년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78명.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인 1.59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 출산율이 계속되면 100년 후엔 800만명 미만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며 나라의 존폐 위기마저 거론된다. 전세계적인 인구 감소 현상을 분석해 전망을 내놓은 책들을 모아봤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던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의 ‘한 자녀 정책’ 등이 도입되며인구 폭발을 걱정하던 시대를 지나, 인구 감소가 전 세계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출신의 도시 계획 전문가인 저자 앨런 말라흐는 ‘위대한 성장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의 교육 기회 증대, 피임 수단의 보급 등 도시화는 출생률 감소에 영향을 준다. 그렇기에 저자는 한 번 출산율이 급감한 나라는 정책으로 출산율을 회복하기 힘들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특히 한국과 일본이 ‘축소 국가’의 선두에 서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축소되는 인구는 경제도, 도시도 줄어들게 하고, 결국 이 세계를 점점 축소한다고 진단한다. ‘축소되는 파이’의 부스러기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 또한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견한다. 결국 인구 감소가 또 다른 불평등의 시작이라고 경고한다. 책은 인구 감소 현상이 불러온 공간적 불평등, 경제적 쇠퇴 문제를 각국의 데이터로 보여주고, 승자와 패자 간 격차를 살펴본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언론홍보는 작은 기업이 더 큰 기업과 대적해서 시장에서 싸울 때 훌륭한 무기가 돼준다. 소비자는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찾기보다는 더 잘 알려져 있고 신뢰할 만한 제품과 서비스를 찾는다. 그게 바로 PR의 효과다. 언론과 여론을 정확히 파악하고 제대로 대응하기 위한 필수전략을 담아낸 언론홍보 길라잡이 ‘왜 내가 쓴 보도자료는 게재되지 않을까?’가 가연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저자 조광현 매일경제 미라클아이 기자(미라클랩 운영팀장)가 10여년 간 스타트업계를 취재하고 투자 업무를 하면서 실전의 모든 방법을 담아 첨삭 지도하듯이 써 내려갔다. ['왜 내가 쓴 보도자료는 게재되지 않을까?' 표지] 기업을 알리기 위해 언론홍보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실행할 것인지 로드맵 실행 비결을 담은 이 책에서 독자들은 기업 및 상품 가치를 높여주는 PR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저자는 “제품과 서비스에만 공을 들이다가 널리 알리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다”며 언론홍보는 생존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중을 향한 메시지 전달은 마케팅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의 PR 또는 홍보의 효과”라고 말했다. 본문에는 저자의 실전적 경험에 바탕한 ‘기사화에 성공하는 보도자료 요건’ ‘미디어와 관계 맺기와 유지 방법’ ‘배포 방법’ 각종 기사 작성 요령과 해외홍보 방법 등 PR을 위한 내용들이 빼곡하다. 특히 저자는 앵글을 바꿔 뉴스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요령과 제목 뽑는 세세한 방법까지 빼놓지 않고 안내해 주고 있다. 이 책을 섭렵한 독자라면 홍보는 물론 수억 달러의 매출을 기대할만한 기업 아젠다를 설정하는 과정에도 능숙해질 것이다. 각 장별로 시작되는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스타트업의 현장감을 맛볼 수 있도록 만화로 이해도를 높이기도 했다. 저자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정책연구실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IT정책 입안과 인터넷중독상담예방센터 사업을 기획했다. 민간기업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한 뒤 2009년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 센터장을 역임했다. 2013년 매일경제신문 모바일부에 입사한 뒤 매일경제 창립 50주년 TFT를 거쳐 2016년부터 액셀러레이터 미라클랩의 운영팀장을 맡아왔다. 2017년부터 스타트업 버티컬 미디어인 미라클어헤드(현재 미라클아이로 개편)를 통해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들어왔다. 지난 8년간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투자와 취재를 겸하며 다져진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부터는 스타트업을 위한 투자 및 PR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명강의로 입소문이 났으며 스타트업 기업의 멘토 역할도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시대를 만들어 내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할까. 「정조시대의 힘, 정조의 사람들」을 펴낸 김훈동 씨는 "정조가 성공한 임금이라는데, 왜 성공한 임금인가에 방점을 두고 책을 썼다"며 "결과적으로 참모 기용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조시대의 힘, 정조의 사람들」은 정조시대 정조와 함께한 참모들을 문신, 무신, 예술인, 장인, 중인 5가지로 분류해 317명 인물사를 다룬다. 그는 "나는 수원 토박이로, 남은 인생 동안 수원에 기여할 일이 무엇인가 생각했고, 역사학자도 전공자도 아니지만 4년간 정조와 관련한 역사서적 200여 권을 찾아내 독파했다"고 전했다. [「정조시대의 힘, 정조의 사람들」 저자 김훈동] 정조시대 수원화성이라는 세계문화유산과 문예부흥기를 이룬 바탕에는 온갖 탄압과 죽음의 두려움을 이겨 내는 데 함께한 인물들이 있었음을 강조한다. 그는 정조가 서북지역 출신 이응거를 한성판윤으로 등용하고 서자 출신 박제가를 규장각 검서관으로 삼는 등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는 선발 방식을 두고, 당파를 고르게 기용하는 영조의 완론탕평에서 나아가 정치 이념과 개혁 이론에 맞는 인물을 고루 기용하는 의리탕평을 폈다고 평했다. 특히 책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들도 대거 포함했다. 김훈동 씨는 "조선 정조시대 수원지역에 거주했던 우하영은 벼슬길에 나가지 않은 재야 농학자로, 그는 당시 농업기술과 관개기술, 화성을 쌓을 때 외성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조는 이름 없는 재야 학자의 상소문을 읽고 직접 회신을 보냈다"며 "이를 받아들인 정조의 리더십, 나는 그가 대단하다고 본다"고 했다. 또 자비대령화원 김응환, 명동성당 터를 예배 장소로 제공한 김범우, 음악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정조에 의해 아악도서를 편찬한 서명응 등 다양한 신분의 인물들을 포함, 그들의 역할과 정조가 인재 경영 전성기를 이뤘던 이유에 주목한다. 아울러 권력 다툼과 어지러운 정세 속 49세 나이로 승하한 정조의 취미와 정조 사후 신하들이 그의 일생에 대한 행적을 적은 글인 행장기도 함께 살펴본다. 그는 "역사는 살아 있는 현대사로, 항상 엄중한 교훈을 준다"며 "아무리 뛰어난 리더라도 혼자서는 모든 일을 해내지 못한다. 유능한 참모 한 사람을 얻는 것은 곧 나라의 조직과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라는 점은 여전히 깊은 깨달음을 준다"고 전했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양부남 후보,] 사람들은 내가 순탄하고 영화로운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먹고사는 게 걱정 없이 학창 생활을 보냈다면 얼마나 좋았겼냐며 느낄 때가 많았다. 빈농의 가정에서 사법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면 치열하게 살아 내야 했던 시련의 그날들이 오늘의 나를 포기하지 않도록 도전의 기회를 만들어 단단해졌고 정해진 목표를 갖도록 했다. 부단한 노력으로 솔직담백하게 고등검사장까지 지냈던 것은 불굴의 투지와 힘이 되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믿고 묵묵히 지켜봐 주신 선후배와 주변인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반평생 몸담았던 조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나온 삶의 궤적을 정리하면서 준사법기관으로서 진실을 알리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힘들게 투쟁하는 검사들이 많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공정한 사회를 위한 신념"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양부남의 새로운 도전] 그는 담양공고, 전남대 법대를 졸업하고 학사장교 6기로 맹호부대에서 장교로 군 생활을 마쳤으며, 제31기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제22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1993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를 시작해 재직할 때 "지존파 사건,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불법 대선자금 사건,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굵직한 사건" 등을 처리하고 2020년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을 끝으로 퇴임하였다. 2022년부터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을 맡았다. 그래서 이번 또다시 정치에 도전하면서 도서출판 지식과 감성에서 출간한 양부남의 새로운 도전 『공정사회를 위한 신념』에서 새로운 봄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제1부 빈농의 아들, 꿈을 꾸다 21편 ▲제2부 곡절 많은 검사 생활 44편 ▲제3부 제2의 인생, 서막을 열다 ▲제4부 만화로 보는 양부남 4편 등 양부남은 세월이 머무는 동안에 계속해서 좋은 정치 아름다운 마음으로 약자들 편에 서서 망각하지 않게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나 언제든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곳에서 사랑받는 정치가로서 자부심과 긍지로 더 많은 어두운 세상을 밝혀주는 등불로 정진하기를 기대해 본다. 다시, 봄은 옵니다. 그리고 새로운 바람과 새로운 희망 앞에 세게 될 것입니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만일 우리가 항상 똑같은 강에 똑같은 수로만 선택한다면 영원히 더 나은 길을 발견할 수 없을 거야. 그리고 어떤 강도 늘 아무 변화 없이 잠잠한 상태를 유지하는 건 아냐. 그러니 폭포는 언제나 우리 여행의 일부가 될 수밖에 없어."-‘폭포로 추락했을 때’ 중에서 책 ‘누가 배를 흔들었는가’는 폭포에서 추락한 선장과 선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변화의 기술들을 소개한다. 오랜 시간 조직의 변화를 지원하고 유도하는 변화 전문가로 활동해 온 저자는 책에서 변화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선원 캐릭터로 보여주며, 변화를 혁신의 도구로 삼게 하는 ‘변화관리 4단계 모델’을 제시한다. [새로나온책] 누가 배를 흔들었는가] 화물 운송 임무를 맡고 강을 운행하던 ‘결과’호. 배와 선장, 6명의 선원은 순탄한 여행에 만족하면서도 약간은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 날 급류를 만나 폭포라는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데, 손 쓸 틈도 없이 배는 폭포 아래로 추락하고 만다. 결국 배와 화물을 절벽 위로 옮겨야 하는 난제에 부딪히는데, 위기 앞에서 선장과 선원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선장과 선원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배를 구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처음에는 최소한의 행동만 하길 원하거나 변화에 참여하기를 거부하던 선원도 결국 힘을 모아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만이 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책은 위 일화를 통해 변화가 시작되기 전의 평화로운 일상인 ‘1단계 현재 상황의 영역’, 변화가 시작되고 혼돈과 모호에 휩싸이는 ‘2단계 혼란의 영역’,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시기인 ‘3단계 아이디어 채택의 영역’, 도전을 유연하게 극복하는 방법을 깨닫는 ‘4단계 혁신의 영역’을 쉽게 풀어낸다. 책 속 항해는 불확실성의 연속인 인생을 비유하고 있다. 여러 종류의 강과 다양한 폭포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결혼, 누군가의 죽음처럼 개인적 차원에서부터 전 세계를 휩쓴 전염병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일 등과 같다. 저자는 위기의 순간에서 ‘누가 배를 흔들었는지’ 탓할 원인부터 찾아 누군가를 비난하는 대신, 나와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이해하고 전략을 세워야 위기의 순간을 혁신의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제언한다. 특히, 4단계 모델이 현재 주어진 상황 속에서 어느 단계에 속하는지 파악하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로드맵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변화관리 모델을 숙지하고 일상에서 습관처럼 적용한다면 넘지 못할 절벽이란 없을 것이란 응원을 보낸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자연과 장소, 인간과 풍경에 대한 탁월한 글쓰기로 찬사를 받은 배리 로페즈의 마지막 에세이 모음집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가 출간됐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며 편집했던 책은 저자 사후에 나오게 됐는데, 여행 중 저자가 마주한 다양한 풍광에 대한 경이로운 기록,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에 대한 담담한 회고록, 세상에 보내는 전언 등 스물여섯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저자는 인간과 자연과 장소를 특별한 태도로 대한다. 인간과 대지가 연결돼 있다는 의식을 한 번도 저버린 적 없으며, 자연 현상에 온전히 또 느리게 주의를 기울인 진정한 의미의 자연주의자였다. [■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그의 자연을 대하는 행동과 묘사는 한없이 깊숙하다. 매체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땅을 딛고 심해에 몸을 담그고 눈구덩이를 파며 장소에 머무른다. 장소에 쌓인 자연의 시간을 탐구하고, 그 장소에 생명을 부여하는 동물과 식물의 움직임에 모든 감각을 곤두세우며, 장소에 뿌리내린 사람들의 경험을 경청한다. 장소가 온전히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책에서는 저자의 내밀한 상처를 드러낸 글들도 볼 수 있다.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글로 쓰며 개인적인 경험을 함께 사유해야 할 문제로 바꾸며, 절망에 빠졌을 때 자연이 안식처이자 기댈 곳이 됐다고 저자는 밝힌다. 또 80여 개의 나라를 돌아다니며 얻은 깨달음을 독자들과 나누는 것도 잊지 않는다. 책은 그렇게 독자들에게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이끌며, 자연과 사랑을 마음속에 담을 수 있도록 한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새로나온책] 나는 일주일 전으로 갔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맞이하게 된 죽음의 순간,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며 눈을 떴는데 시간이 일주일 전으로 돌아가 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책 ‘나는 일주일 전으로 갔다’는 뭐든 혼자 해내는 게 익숙한 모범생 ‘나오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반려견 ‘디젤’을 차 사고로 잃고, 엄마와 아빠가 별거를 하게 되면서 나오미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인 여름 방학을 보낸다. 그 와중에 같은 반 아이 ‘모건’이 수영을 하러 가자며 자꾸만 치근덕댄다. 결국 모건은 교묘하게 나오미를 호숫가로 꾀어내는 데 성공하고, 나오미는 마음껏 수영을 즐기는 친구들을 따라 호수에 들어갔다가 그만 물살에 휩쓸려 죽게 된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사고가 일어나기 일주일 전으로 돌아가 있는 게 아닌가. 나오미는 다시 주어진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과 디젤의 목숨을 구하고 엄마 아빠의 화해까지 성사시켜야 한다. 이렇듯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오미에게 디젤은 자꾸만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오미를 통해 ‘사랑과 신뢰는 변하지 않는 법’이라는 걸 배웠기에, 이번에는 나오미가 타인을 믿고 의지하는 법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나오미는 점점 더 넓은 자신을 마주하고, 악몽 같은 여름 방학도 예상치 못한 일들로 가득 차게 된다. 책은 어려운 시간을 홀로 감내하며, 버티고 있을 청소년들에게 성장의 또 다른 형태를 보여 준다. 타인을 믿고 의지하는 법을 배우는 것 또한 성장이 될 수 있음을 전한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하필 책이 좋아서]김동신·신연선·정세랑 / 북노마드 / 252쪽 ‘하필’이면 책이 좋아서 이를 직업으로 삼은 세 사람이 뭉쳤다. 책 ‘하필 책이 좋아서’는 출판계에 발을 들인 지 20년 차를 향해 가는 소설가 정세랑, 김동신 디자이너, 신연선 작가가 모여 나눈 편집, 디자인, 홍보, 제작 등 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들은 시대와 출판 환경을 분석적인 시각으로 써 내려가기보다 마음 표면에 천천히 떠오른 질문들을 세심히 모았다. 동영상조차 빨리 감기를 해서 보는, 모든 게 빠른 이 시대에 느린 미디어를 만드는 저자들은 책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으로 출판계 안팎을 바라본다. 추천사, 개정판, 굿즈, 1인 출판사, 문학상 심사 등 책과 출판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아끼고 가꾸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내용들로 채워졌다. 또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여성, 환경, 문화 정책 등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성찰도 전한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죽음이란 행위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언어에 함축된 맥락은 완전히 달라진다. 신간 '기꺼이 나의 죽음에 동의합니다'는 의료 조력 사망에 대해 회고하는 한 의사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의료 조력 사망이 합법인 캐나다에서 이를 최초로 시행한 의사 중 한 명인 진 마모레오는 죽음의 밀접한 목격자다. [■ 기꺼이 나의 죽음에 동의합니다┃진 마모레오, 조해나 슈넬러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372쪽. 1만9천800원] 그는 자신이 겪은 사례를 환자의 삶과 함께 서술하며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전한다. 그저 살인일뿐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지만, 환자 개개인의 삶에 담긴 무수한 맥락은 한 의사를 손쉽게 비난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완벽한 정당성을 설파한다. 역설적이게도 환자의 존엄한 죽음은 삶의 희망을 보여주기도 한다. "의료 조력 사망은 누군가의 삶을 앗아가는 일이다. 그러나 그전에 먼저 그들에게 삶을 돌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저자의 회고에 '조력 사망'이라는 무미건조한 단어는 어느새 '존엄사'라는 새로운 언어로 확장한다. 누군가의 '존엄'에 대한 인정에서 시작한 진 마모레오의 사투가 지난한 과정 끝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존엄사에 대한 논의가 아직 공론장에 등장하지 않은 한국 사회에 묵직한 통찰과 고민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일독해볼 만하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자연과 장소, 인간과 풍경에 대한 탁월한 글쓰기로 찬사를 받은 배리 로페즈의 마지막 에세이 모음집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가 출간됐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며 편집했던 책은 저자 사후에 나오게 됐는데, 여행 중 저자가 마주한 다양한 풍광에 대한 경이로운 기록,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에 대한 담담한 회고록, 세상에 보내는 전언 등 스물여섯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저자는 인간과 자연과 장소를 특별한 태도로 대한다. 인간과 대지가 연결돼 있다는 의식을 한 번도 저버린 적 없으며, 자연 현상에 온전히 또 느리게 주의를 기울인 진정한 의미의 자연주의자였다. [■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북하우스 펴냄. 388쪽. 1만9천500원] 그의 자연을 대하는 행동과 묘사는 한없이 깊숙하다. 매체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땅을 딛고 심해에 몸을 담그고 눈구덩이를 파며 장소에 머무른다. 장소에 쌓인 자연의 시간을 탐구하고, 그 장소에 생명을 부여하는 동물과 식물의 움직임에 모든 감각을 곤두세우며, 장소에 뿌리내린 사람들의 경험을 경청한다. 장소가 온전히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책에서는 저자의 내밀한 상처를 드러낸 글들도 볼 수 있다.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글로 쓰며 개인적인 경험을 함께 사유해야 할 문제로 바꾸며, 절망에 빠졌을 때 자연이 안식처이자 기댈 곳이 됐다고 저자는 밝힌다. 또 80여 개의 나라를 돌아다니며 얻은 깨달음을 독자들과 나누는 것도 잊지 않는다. 책은 그렇게 독자들에게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이끌며, 자연과 사랑을 마음속에 담을 수 있도록 한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