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락논쟁┃문석윤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펴냄. 800쪽. 4만원] 옛 사회에서 치열하게 전개됐던 철학 논쟁과 담론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혜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에서 펴낸 ‘호락논쟁’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호락논쟁은 조선 성리학의 최대 논쟁이었다. 호학과 낙학 두 학파는 성리학에서 주요하게 다뤘던 인간의 마음과 본성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졌고 해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의견을 나눴다. 이런 호락논쟁과 관련한 개념을 역사, 인물 등 다양한 논점에서 정리하고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발간까지 꼬박 4년이 걸린 이 책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사유의 한국사’ 시리즈 네번째 작품이다. 사유의 한국사는 한국 사상가의 발자취와 철학적 개념을 탐구하고 근원을 이해하기 위한 교양총서다. 그런만큼 저자를 선정하는 과정부터 심혈을 기울였다. 저자인 문석윤은 경희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한국 철학, 그중에서도 유기 철학 분야에서 연구를 거듭해왔다. 그는 성리학과 실학을 해석하고 연구 지평을 확장하는 데 집중해왔다. 저자는 책머리를 통해 집필 의도를 전한다. 그는 “호락논쟁의 태동과 각 학파의 형성기라 할 수 있는 시기에 대한 서술이 집중된데 반해 호학과 낙학 사이의 논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때에 대한 서술을 보완할 필요가 있었다”며 “후학들의 대응까지 서술했다”고 말했다.
[■ 지불되지 않는 사회(인물과 사상사 刊, 김관욱 지음)] 문화인류학자이자 의사인 저자가 바라본 우리나라 노동의 ‘이미지’가 글로 풀어졌다. 한국의 노동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밀려오는 느낌은 ‘숨가쁨’이다. 벅차고, 쉴 틈 없고, 다치고, 다친 것을 감당하고 또 일을 하는 일상. 저자는 만성적 피로와 저임금, 정리해고, 과로사 등 노동의 처참한 단면들을 다룬다. 저자는 ‘뜨거운 질문들’이라며 우리 사회에 노동과 관련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우리가 하고있는 노동에 대해 합당한 지불을 받고있는 걸까. 우리에게 노동의 가치는 무엇일까. 노동이 곧 질병인 사회란 어떤 이미지일까. 나의 상처뿐만 아니라 타인의 상처에도 무감각해져야만 도덕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된 것은 아닐까. 저자가 말하는 ‘지불되지 않는 사회’ 속에서 상처가 되어가는 노동, 가치를 상실한 노동,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의 노동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 나선다.
[법조계 몸 담으며 쌓여간 경력… 범죄 둘러싼 시스템 맹점 풀이] '범죄사회'는 저자인 정재민이 판사로서 형사재판을 담당했던 이력과 우리 사회 범죄 대책을 마련하는 법무부에서 일한 경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과 소통하며 알게 된 내용 등이 종합적으로 담겨 있다. 저자는 공직 생활에서 느낀 아쉬움을 바탕으로 범죄를 둘러싼 국가의 여러 기능이 균형을 이루어야 치안이 제대로 확립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책을 썼으며, 독자들에게 우리 사회의 범죄 대응 시스템을 함께 고민해 보자고 제안한다. 책은 범죄를 둘러싼 여러 제도를 순차적으로 짚어나가며 각 시스템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을 반영해 분야별로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판사의 형량은 왜 낮은가', '사형제도는 유지돼야 하는가', '교도소의 환경은 어디까지 개선돼야 하는가' 등 첨예한 논쟁이 벌어진 질문에 저자는 각 제도를 하나하나 해부하듯 논리를 펼치고, 독자 역시 이 주제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다듬어 나갈 수 있다. 또 책은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를 널리 알려진 사건부터 저자가 직접 관여했던 사건, 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들까지 두루 거론하며 제도의 맹점과 대중의 오해 등을 파고든다. 그러면서 사건들을 논의의 장으로 불러들여 범죄와 관련한 제도와 기저에 깔린 사회구조를 주목해야 우리 사회가 좀 더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역설한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새로나온책] 어머니의 수레]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단어 ‘어머니’. 이충재 시인의 신간 ‘어머니의 수레’는 시인이 어머니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하며 느낀 애절한 마음과 사랑을 담아냈다. ‘어머니의 돌덩어리 같다던 의지는/ 굴참나무 표피 인양 맥없이 이탈하고/ 떨어지는 꽃잎에 잠든 한 마리 벌과 같이/ 정은 어느새 늦가을 웅덩이의 물과 같이 메마르고/ 우리는 이렇게 긴 이별을 준비 중이다’-‘낙장에 쓰는 편지’ 중에서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시인은 어머니를 향한 깊은 애정과 함께, 아들이자 한 인간으로서 한계와 무력함을 절감했다. 이는 이 시집의 핵심 주제 중 하나로, 시인은 어머니의 병상 앞에서 자신이 어머니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무력감 속에서도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기억을 시로 표현함으로써, 어머니와의 영원한 연결고리를 만든다. 시집에 등장하는 ‘수레’는 단순히 어머니를 상징하는 물건을 아닌, ‘시름 가득 실어 나르던 유일한 운송 수단’(‘어머니의 수레1-이별준비’ 중)이었다. 삶의 여정에서 어머니가 끌고 간 무게와 희생 그리고 사랑의 깊이를 나타내는 매개체인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의 수레는 어머니의 삶을 담은, 시간과 기억의 수레이다. 시인은 80여 편의 시로써 그 수레를 끌며, 어머니의 삶과 죽음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삶의 의미를 탐구한다. 책은 단순히 병마와 싸우는 어머니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가치와 사랑,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시인은 어머니에 대한 개인적 애도를 넘어서, 죽음을 앞둔 이들과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슬픔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랑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원현린, ‘열흘 붉은 장미 없다’] 출간도서출판 미소 제공 ‘사회의 막힌 곳을 뚫고 굽은 곳을 펴겠다’는 포부로 언론계에 첫발을 내 디딘지 어언 40년. 1982년 경인일보 사회부 기자로 시작해 인천일보, 경기일보, 인천신문 등을 거친 원현린 기호일보 주필의 칼럼집 ‘열흘 붉은 장미 없다’가 출간했다. 스스로 ‘네가 기자냐?’를 되뇌며 매일매일 자성하는 자세로 기자생활을 해 왔다는 원 주필. 그는 “인생은 문틈으로 얼핏 내다보아 백마가 벌판을 달려가는 것을 보는 것과 같이 빨리 지나간다(人生如白駒過隙)는 말이 실감난다”고 회상했다. 원 주필은 151편의 칼럼이 담긴 이번 칼럼집을 통해 지난 40년간 기자생활을 통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현실과 역사 인식을 등을 녹여냈다. 원고지만 따져도 3천 매가 넘는 압도적 시간의 무게도 담겨있다. 원 주필은 지난 1991년 청와대 출입기자 당시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과의 제주도 한소(韓蘇)정상회담은 물론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과 1992년 한중(韓中)수교, 캐나다·맥시코와의 정상회담, 유럽 언론실태 연수 등을 통해 급변하는 세계사의 소용돌이 속 한 복한에서 취재를 했다. 이를 통해 동서문제(東西問題)와 유엔이란 무엇인가, 한중 관계 등 국제정치 관련해 쓴 칼럼을 통해 당시 그의 국제정치사에 대한 소견을 살펴볼 수 있다. 또 청와대에서 지켜본 국가권력의 흥망성쇠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 인식도 책에 고스란히 품어냈다. 부동산 광풍으로 사회 양극화를 부추기는 가진 자들의 탐욕에 대해서는 좋은 풀이 있으면 혼자 먹지 않고 동무들을 불러 모아 사이 좋게 함께 풀을 뜯어먹는 시경(詩經)의 ‘유유녹명 식야지평’을 끄집어내 상생의 덕목을 일깨운다. 원 주필은 기자라면 언제 어디에서든 여론을 이끌며 국정이 흔들리거나 갈피를 잡지 못할 때 향도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그가 해악을 고발해 역사의 법정에 세우며 밝고 건전한 사회로의 길로 나아가도록 한 것은 스스로의 뿌듯함이다. 원 주필은 서문을 통해 “새로운 시간 위에는 새로운 역사가 쓰여져야 하고, 역사는 기록이다. 기록이 없으면 역사도 없다”며 “기자는 역사의 기록자다. 단순한 기록을 넘어 국정을 감시, 비판하며 역사 발전을 이끌어 언론을 혹자들은 ‘무관의 제왕’이라 추켜세운다”고 전한다. 이어 “곳곳에 죽간과 파피루스에 새겨놓았던 편린들을 찾아 모아 세상에 내놓는다”고 밝혔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이도환 문학평론가 ‘그 사이에 동시가 있다’] 문학평론집 ‘소통의 미학’(2019)으로 한국아동문학상을 수상한 문학평론가 이도환씨(59)가 ‘그 사이에 동시가 있다(도서출판 소야 간)’를 펴냈다. ‘그 사이에 동시가 있다’는 아동문단에서 새롭게 발표된 동시집 57권을 두 권씩, 때로는 세 권씩 묶어 주제별로 비교 분석한 평론 27편이 담겼다. 책엔 동양 사상이라는 독특한 도구를 통해 동시집을 분석한 평론들이 다수를 이룬다. 또 서양 철학과 현대적 키워드가 동시집을 분석하는 도구로 사용돼 저자가 현재 문단에서 독특한 동시 평론을 쓰고 있음을 이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다. 특히 동시집의 비교 분석을 기본 구조로 하는 이 평론들은 작품을 분석하는 도구 측면에서도 매우 특이하다. 공자와 맹자, 노자와 장자 등 다양한 동양고전 사상이 동시 분석에 사용된다. 제자백가의 사상에서 성리학에 이르기까지 동양고전 사상의 핵심이 동시와 만나 새로운 질서, 새로운 세계관을 그려낸다. 저자 이도환 평론가는 “평론은 창작이다는 일반 명제에 충실했고 동시집과 동시집 사이, 작품과 작품 사이, 평론과 평론 사이에서 동시를 만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전했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노작홍사용문학관의 ‘백조’ 봄호(통권 16호)] 노작홍사용문학관이 발행하는 계간 ‘백조’의 봄호(통권 16호)가 출간됐다. 낭만주의 문학운동을 주도했던 문예동인지 ‘백조’를 계승해 지난 2020년 복간된 계간 ‘백조’는 지역 시인들의 참신한 기획과 작품들을 싣고 있다. ‘백조’ 봄호의 주제는 ‘화성의 장소감’이다. 특례시 출범을 앞둔 화성의 지역 정체성과 지역 이미지의 오랜 편견을 벗고, 재탄생하는 모습을 상상한 내용 등이 담겼다. 이번 특집에서 한지혜 소설가는 화성 3·1운동만세길을 산책하며 공세적 저항운동의 거점으로서 화성을 주목했다. 박정석 시인은 화성 당성을 찾아 길과 사람, 나라를 연결하는 매개로서의 화성을 보여준다. 또 휘민 시인은 비봉습지공원에서 발견한 녹색의 미학으로 자연과의 공존을 바라는 염원을 전하고, 김은상 시인은 100년이 넘은 전통한옥 옥란재에 머물며 인생의 아름다움에 대해 사색한다. 이번 특집의 시 창작란엔 김경윤, 김보나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인 13명의 시인이 함께했다. 시력(詩歷)이 오래된 시인들의 원숙한 작품과 함께 젊은 신진 시인들이 선보이는 신선한 사유의 시, 지역·국경을 넘어 전달되는 시적 언어의 가능성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소설 창작란에는 이원화 소설가와 최진영 소설가의 단편소설이 실렸으며, 연속 기획 ‘잡지를 발굴하다’에선 조창규 시인의 글로 1924년 창간한 순문예지 ‘조선문단’이 문학사에 남긴 발자취를 살펴본다. 이 밖에 서평에서는 고명철 평론가가 현기영 소설가의 ‘제주도우다’ 속 신생의 언어를 분석한 글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김응교 시인이 노지영 평론가의 인터뷰집 ‘뒤를 보는 마음’을 소개하는 등 장르를 뛰어넘은 풍성한 읽을거리를 마련했다. 손택수 노작홍사용문학관장은 “이 계절의 생명력에 어울리는 풍성한 봄호를 만들어준 필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올해 ‘백조’의 시작을 알리는 이번 봄호에 많은 이들의 눈길이 머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거침없이 상상하고 두려움 없이 시도하면서 내일이 빛나는 광주를 그려 나갑니다. 우리는 새로운 것에 대해 마음을 여는 그만의 유연함에 기대어 있다. 김광진 후보는 1981년 전라남도 여수에서 출생하여 순천에서 초, 중, 고, 대학을 졸업하여 32살에 제19대 최연소 국회의원 되어 국방위원으로 활동하였고 39살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비서관, 청년비서관으로 재직하였으며, [김광진 전 의원,] 42살에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함께 문화경제부시장으로 재직하다 광주광역시 서구을 국회의원으로 출마하였다. 국회. 중앙정부. 광주시의 운영 메카니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으로서 빠르게 성장하는 것보다 바르게 성장하는 것이 가치가 있다는 생각으로 정의력 잇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는 정치 노동자라고 자부한다. [김광진의 기회도시 광주 사용법 출간] 이번에 출간한 김광진의 『기회도시 광주 사용법』에는 ▲1부 길 위에서 길을 묻다 제1장 여의도 에세이 14편 제2장 청와대 에세이 8편 제3장 광주 에세이 9편 ▲2부 기회도시 광주 사용법 제4장 문화가 흐르는 광주 4편 제5장 내일이 빛나는 광주 4편 제6장 잘 싸우는 정치인, 5편 제7장 돈 잘 벌어 오는 국회의원 4편이 들어 있다. 특히 강기정 광주시장은 생각과 경험, 삶의 흔적이 담긴 자기소개라면서 기회도시 광주 사용법을 읽으면서 가슴이 따뜻한 원칙주의자 김광진을 잘 이해하고 그가 꿈꾸는 새로운 길을 만나는 즐거움 누렸다고 했다. 1964년 필리버스터(filibuster) 고 김대중 대통령 이후로 52년 만에 첫 주자로 36살의 청년 정치인 김광진 국회의원이 흔들리지 않고 원칙과 관습에 타협하지 않고 옳은 일에는 앞장서서 노력했었다고 술회한다. 김광진은 세월이 머무는 동안에 계속해서 좋은 정치인 임을 망각하지 않게 꽃처럼 피어나 자신이 필요로 하는 곳에서 사랑받는 정치가로서 자부심과 긍지로 더 많은 어두운 세상을 밝혀주는 등불로 정진하기를 기대해 본다. 다시, 봄은 옵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바람과 새로운 희망 앞에 세게 될 것입니다. 여의도에서 청와대를 거쳐 광주로 누구보다 치열하게 걸어온 길을 다시 나서는 김광진의 젊은 정치인 출사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지만 이루어 낼 것이라고 한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 클래식 음악 수업┃김준희 지음. 사람in 펴냄. 200쪽. 1만7천원 클래식 음악에 관심은 있으나, 왠지 느껴지는 엄숙함이나 어렵다는 선입견 등으로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인천대학교 기초교육원 교수이자 피아니스트인 저자 김준희는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데 절대적 기준은 없다고 강조한다. 클래식 음악을 학문적으로 보면 무척 방대하기에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단계는 일단 클래식 음악과 친해진 다음의 일이라는 것이다. [■ 클래식 음악 수업┃김준희 지음. 사람in 펴냄. 200쪽. 1만7천원] '클래식 음악 수업'은 3개의 장으로 구성한 클래식 종합 안내서다. 1장 '클래식에 다가가는 시간'은 악기별·장르별 클래식 감상법을 알린다. 2장 '클래식을 알아가는 시간'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음악의 역사를 살피고, 바흐·모차르트·베토벤 등 알아두면 좋은 작곡가 10명과 그 대표곡을 이야기한다. 3장 '클래식을 듣는 시간'은 꼭 들어봐야 할 명곡 52곡을 소개한다. 1주일에 한 곡씩, 1년 동안 52곡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령 저자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집'에 대해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세미 파이널 무대는 그야말로 프란츠 리스트의 환생을 보는 듯 했습니다. 12곡에 담긴 각각의 서사를 완벽하게 풀어나가는 19세의 피아니스트에게 전 세계가 반해 버렸습니다"라고 임윤찬을 소환해 소개한다. 저자는 다양한 매체에 음악에 관한 글을 써왔으며, 유튜브와 라디오 프로그램에 클래식 전문 패널로 꾸준히 출연하며 쉽게 음악을 소개해왔다. 그만큼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클래식 입문서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시인들이 사랑한 시인 백석의 삶과 사랑을 조명한 소설이 출간됐다. ‘흰 바람벽이 있어’는 청소년을 위한 인물 이야기 ‘역사인물 도서관’ 시리즈의 5번째 책으로, 백석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무엇이 백석에게 끊임없이 시를 쓰게 만들었는지, 백석에게 시란 어떤 의미였는지를 재현한다. [새로나온책] 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은 일제 강점기 당시 유행의 최첨단을 걸었던 ‘모던 보이’로 살면서도 자신의 시에는 한 톨의 외래어도 허용하지 않으며, 토속적 소재를 세련된 형식으로 표현해 냈다. 또 늘 고향을 그리워하는 정서를 배경에 두고 시를 써 내려갔다. 저자는 그런 백석에게는 시와 사랑이 ‘고향’ 그 자체였다며, 격동의 세월을 이겨 내야만 했던 그에게 고향은 ‘사랑하는 여인’이었으며, ‘아름다운 시’였고, ‘지켜야 할 민족의 얼’이었음을 전한다. 책은 신문사 교정부에 입사해 여러 문인과 교류하며 시를 발표하던 시절부터 함흥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우리말을 잃어버린 세상을 떠나 만주로 이주했던 시절, 북한 정권 아래에서의 혹독한 시절까지 백석의 인생 전체를 되짚으며 그의 시와 사랑에 주목한다. 수없는 좌절에도 시와 사랑을 멈추지 않았던 백석의 삶은,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하고,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며, 불안함을 가진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충분한 의미가 있음을 일깨워준다. 첫사랑에 실패하고, 내 나라의 언어를 잃어버리고,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시마저 빼앗기면서도 자유로운 삶의 의지를 불태웠던 백석을 통해 저자는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지?’ 독자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기를 권한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새로나온책] 여행 드롭] ‘여행 드롭’은 ‘냉정과 열정 사이’, ‘도쿄 타워’ 등으로 국내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에쿠니 가오리의 여행에세이다. 여행과 관련된 시 3편과 단편 36편, 번외 편 1편이 실렸다. 작가는 이번 책을 통해 자신이 여행지에서 가져온 소중한 기념품과 같은 추억들을 독자와 함께 나눈다. 여행했던 장소와 공기, 음식,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과 동물에 대한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우리에게 들려준다. 여행을 떠날 때면 ‘언제나 꼬맹이로 돌아가는 기분이다’면서 여행이 주는 기분 좋은 긴장감과 호기심 가득한 마음을 전한다. 발 닿는 대로 떠났던 아프리카행 기차에서 일어난 일, 화랑을 찾아 1시간이 넘도록 걸어 다닌 일, 낭독회에 갔다가 들렀던 놀이공원에서 겪은 일 등 다채로운 일화가 수록됐다. 이와 함께 여행지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느낄 법한 긴장과 낯섦 또한 에세이의 주제가 돼, 소소한 이야기까지 책에 담았다. 작가는 남편이 회사에서 받아오는 여행 기념품을 볼 때면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여행을 떠올린다. 또 낯선 백화점에 가서 익숙지 못한 구조와 사람들에게 긴장할 때면 여행지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며 기시감을 느끼기도 한다. 화려한 표현이 아닌 작가만의 담담하고 섬세한 문체로 일상 속 이야기를 친근하게 건넨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석회수가 절벽 아래로 흘러내리며 형성한 석회 절벽. 박태수 수필가] ‘소녀 폭포’라는 이름을 가진 카스카다 치카(Cascada Chica)를 배경으로 수영복 차림의 깜찍한 소녀가 포즈를 취하고, 어머니는 딸을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다. 몰래 소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셔터를 누르자 ‘찰칵’ 소리에 들켰다. 그녀는 민망하지 않게 함박웃음 지으며 괜찮다고 흔쾌히 허락한다. 사진 몇 장을 찍고 석회화된 절벽의 절경을 보기 위해 산 아래로 내려간다. 가는 길에 2천500여년 전에 고대인이 만든 관개수로 흔적을 만난다. 사포텍인은 이 수로를 이용해 산 측면을 깎아 만든 계단식 논에 물을 대어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아직 고고학적으로 완전히 발굴하지 못했으나, 이곳의 관개수로는 메소아메리카에서 발굴된 독특한 관개 시스템이라고 한다. 밑에서 바라본 석회화 폭포는 마치 한겨울 얼음폭포처럼 보이는 시각적 환상을 일으키며 장관을 연출한다. 기다랗게 늘어뜨린 코끼리 코 모습을 한 종유 기둥에는 온천수가 흘러내린다. 자연이 빚어놓은 천연 작품은 앞으로도 온천수가 분출하는 한 모습을 바꿔 가며 새로운 형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중요한 것은 셀 수 없고, 셀 수 있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Not everything that counts can be counted, and not everything that can be counted counts)”고 했다. 고대 유적지를 찾으면 깊은 맛과 향을 내는 와인처럼 역사적인 흔적과 향기를 즐길 수 있으나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치 높은 산에 오르기 위해 첩첩산중을 넘어야 하듯 어려움이 따르고, 때로는 고고학적으로 불가사의한 영감을 얻기도 한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