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개발론┃변병설·박석규 지음. 박영사 펴냄. 468쪽. 2만6천원] 도시개발이라는 주제를 학문적이면서도 실무적으로 조망한 책이다. 도시개발의 이론적 기반부터 개발계획 수립과 집행 과정, 제도·정책, 실제 개발 사례까지 도시개발의 전 과정을 구체적으로 다루고자 했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저자는 도시 공간의 물리적 형성과 함께 그 공간 안에서 이뤄지는 사회적·경제적 작동 원리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구성했다. 도시개발과 부동산 분야는 물론 국토, 도시, 시설 관련 공공 영역, 민간 건설사, 개발금융 종사자,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일반인까지 두루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변병설 인하대학교 도시계획과 교수와 박석규(도시계획학 박사) 인천도시공사(iH) 팀장이 함께 썼다. 저자들은 “어쩌면 넓은 의미의 ‘도시’라는 울타리 안에서 공존하는 우리 모두는 도시개발이라는 분야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책을 통해 도시라는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도시개발의 미래가 어떨지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소통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저속노화 마인드셋(정희원 지음, 웨일북 刊)] 저속노화의 열풍엔 정희원 전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중심에 있다. 그는 2023년 1월에 출간한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더퀘스트)에서 ‘저속노화’라는 개념을 처음 소개했다. 정 교수는 신체적인 노화방지를 넘어 천천히 나이 들어가는 삶의 태도를 제시한다. 그는 이번에 출간한 ‘저속노화 마인드셋’에서 ‘마음의 속도’에 주목한다. 그는 가속 사회에서 시급한 건 더 많은 실천법이 아니라고 한다. 건강 실천에 매번 실패하는 이유는 몸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고, 그러니 먼저 마음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말한다. 속도를 늦춘다는 것은 내 몸의 주도권을, 나아가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선언이다. 지치지 않고 살아가는 힘부터 회복하게 하는 마인드셋이 우선인 셈이다. 저속노화 전문가이자 번아웃을 통해 가속노화를 뼈아프게 경험한 저자의 시선은 단순한 의학적 조언을 넘어, 현실의 피로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천천히 회복할 수 있도록 진심 어린 조언들을 전한다. 바쁠 수밖에 없는 사회를 살면서, 숨 가쁠 수밖에 없는 삶 속에서 내 몸의 주도권을 되찾고 무너진 삶을 회복하는 방법이 눈길을 끈다.
[새로 나온 책] 멘토-일어서라, 청춘아 우리나라 경제계를 돌아보면 존경받는 주자들이 드문 것 같다. 반(反)기업 정서로 인해 사회적인 분위기가 성숙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아직도 올바른 가치관을 갖지 못한 몰지각한 주자들에 의해 이 나라가 굴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폐해는 우리 젊은이들이 고스란히 지고 있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터를 못 찾아 떠도는 인생이 수두룩하다. 기업의 도덕 불감증은 민망할 정도이고 나라를 운영하는 정치가들은 제 잇속 챙기기에 혈안이다." - 작가 후기 중에서 가장 찬란한 시기에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항상 불확실성 속에 살아가는 오늘날의 청춘들을 위한 ‘청춘일기’가 출간됐다. ‘멘토-일어서라 청춘아’는 십우도로 등단해 천만 관객을 모은 영화 ‘관상’의 원작 소설을 쓴 백금남 작가가 젊은이들을 위해 내놓은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초짜 상담 교수의 시선을 통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어 불안해 하는 학생들과 걸음을 같이 하고 있다. 책은 저자가 글을 써오면서 젊은이들에게 가진 속마음을 그대로 기록한 작품이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작가는 책을 통해 젊은이들의 절망과 희망, 그리고 슬픔을 고스란히 전하고, 이를 통해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책에는 자식을 위해 피를 파는 아버지와 불판을 닦으러 다니는 어머니, 생동성 실험에 참여하는 자식의 모습 등 한 가족이 생사의 현장을 건너는 모습이 등장하지만 몰지각한 이 사회의 책임자들은 오히려 혀를 차기만 한다. 저가는 책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절망한 것인가? 선택할 것인가? 전환할 것인가?"를 물으며 오로지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소리로 보고 그림으로 듣는 음악인류학 (사진=민족사 제공)] 중국 사람들은 인도의 자유분방한 감성과 주술 에너지에 자극을 받았다면, 불교에서는 공(空) 사상에 큰 감화를 받았다. 붓다의 수많은 말씀 중에 가장 먼저 중국 한어로 번역된 것이 공(空) 사상을 담고 있는 반야경 계통이었음도 이를 말해주고 있다. 중국에 들어온 서역승들은 서책이나 그 어떤 것도 가진 것 없이 유랑하며 법을 전파하는데 그것은 모두 암송하며 수지하고 있던 석가모니 붓다의 말씀이었다. 그 말씀의 요체인 음성으로 신통 묘력을 발휘했다. 책 '소리로 보고 그림으로 듣는 음악 인류학'(민족사)은 음악과 사람, 종교와 문화를 이야기한다. 불교음악 작곡자이자 음악인류학자 윤소희 교수의 연재 칼럼 '불교와 세계 종교'를 묶어 다듬었다. 다양한 종교의 세계와 음악문화는 고대사에서 근현대사까지 아우르고 통섭하며 불교음악으로 귀결된다. 저자는 흥이 넘치고 떼창에 열광하는 한국인의 유전적 DNA에 2000년 우리 문화의 뿌리가 된 불교음악이 있다고 소개한다. 인도·중국·한국을 통섭하며, 각국의 문화와 종교, 음악을, 2장에서는 이슬람·기독교·불교 다양한 종교를 아우르고 분석한다. 이 책에는 저자가 여러 나라의 종교와 음악을 경험하며 이해를 돕는 이미지와 직접 찍은 사진도 볼거리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실학박물관이 출간한 ‘실학, 고전으로 만나다’ 시리즈 제1집 ‘열하일기(熱河日記)’. ]경기문화재단 제공 ‘열하일기’는 18세기를 대표하는 북학파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이 1780년(정조 4) 건륭제의 7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사절로 청나라에 다녀오며 지은 책이다. 특히 박지원의 실학사상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으로, 청나라의 발전된 모습을 조선의 모습과 비교하고 조선 사대부를 비판하는 등 박지원의 사상과 당시 사회상을 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실학박물관이 출간한 ‘열하일기’의 평역·출간 작업엔 이승수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이 교수는 전체 열하일기 이야기 중 재미있고 박지원의 사상이 잘 드러난 편을 뽑아 쉽고 재미있는 문체로 재해석해 번역했다. 번역문, 원문과 함께 이 교수의 상상력과 문학적 지식을 녹여낸 ‘평어’의 순서로 구성해 읽는 재미를 더했다. 앞서 실학박물관은 지난 2009년 개관 이후 15년간 실학인물총서, 실학교양총서, 실학연구총서 등 실학을 알리기 위해 여러 기획도서 시리즈를 발간해왔다. 이번 실학고전총서 시리즈 ‘실학, 고전으로 만나다’는 실학 고전에 수록된 재미있는 글들을 엄선해 현대어로 번역한 시리즈로, 실학 스토리텔링을 위한 원천자료를 확보하고 ‘실학 고전’을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됐다. 실학박물관은 ‘열하일기’를 도서관과 실학 유관기관에 배포하고, 실학박물관 뮤지엄숍에서 한정 판매한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 춤추고 싶은데 집이 너무 좁아서]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지역에는 100만명 가량의 로힝야 난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로힝야 난민들은 미얀마의 소수민족 중 하나. 버마족이 정치와 군사 등 주류를 장악한 가운데 로힝야족은 1982년 시민권이 박탈되고 사회 안에서 행사할 수 있는 모든 권리를 잃어버렸다. 급기야 2017년 8월에는 1만명 이상의 로힝야인들이 학살 당한 끔찍한 일이 발생한다. 살아남은 이들이 국경을 넘어 이동한 곳이 이곳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 캠프다. 캠프 안의 임시 거주지인 셸터는 가족이 몸을 눕히고 하루하루 살아가기에도 좁고 어둡다. 이 곳에서 52%가량을 차지하는 여성들은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로힝야의 규율 탓에 더욱 고립되고 억눌린 삶을 산다. ‘춤추고 싶은데 집이 너무 좁아서’(파시클 刊)는 이 난민 캠프의 여성들을 위한 마련된 작은 공동체 ‘샨티카나’를 구성하는 여성들과 활동가, 연대하는 창작가의 이야기다. 한국의 인도적지원활동가, 다원예술창작자, 국제분쟁전문기자, 독립연구자 등이 ‘산티카나’에서 생존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샨티카나’는 억눌린 삶을 사는 난민 여성들에게 울타리 역할이 되고자 만들어진 곳이다. 캠프 안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살아갈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고 또 다른 캠프 안의 여성을 돌볼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는 사회를 만들도록 돕는다. 이웃 여성들과 유대관계를 쌓으며 정신적 성장과 회복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제약 너머로 걸어 나가는 여성들에게 샨티카나는 마음껏 소리내고 웃으며 함께 춤출 수 있는, 또 다른 집이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기억의 분식집, 김명석 / 지식과감성 / 304쪽] 지난 2019년 출간된 장편소설 ‘반달’의 김명석 작가가 5년 만에 신간 소설 ‘기억의 분식집’으로 돌아왔다. ‘기억의 분식집’은 상처받은 과거를 안고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위안과 희망과 행복을 선사해 주는 ‘힐링 소설’이다. 주방장의 비법 육수로 만든 칼국수를 시그너처 메뉴로 삼는 ‘기억의 분식집’과 그 앞에서 쓰러져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깨어나 기억의 분식집에서 일하게 된 주인공 ‘유성’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과 그 해결점을 추리해 나가는 내용이다. 책은 ‘기억 상실’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주인공이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어느 날 갑자기 기억을 잃은 주인공은 ‘기억의 분식집’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저마다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여러 인물들과 얽히게 된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모인 ‘기억의 분식집’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공간이 된다. 주인공은 비록 기억을 잃었지만, 분식집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과 얽히고 설키며 그들이 당면한 문제에 도움을 주는데, 주인공을 비롯해 각기 다른 상처를 가진 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치유해 가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작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상처받은 인물들을 조명함으로써 상실의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준다. 단순한 기억의 회복을 넘어,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새로운 자아를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이어지는데, 이 과정은 읽는 이에게 ‘상실’이 있기에 ‘회복’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를 통해 현대인들이 겪는 상실과 회복의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독자들에게 자아를 찾는 여정의 중요성을 일깨워 줄 것이다. 또한 유성과 그의 주변 인물들이 겪는 이야기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는 여정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서로에 대한 공감과 연대임을 알려 준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 소설, 한국을 말하다┃장강명 외 20명 지음. 은행나무 펴냄. 248쪽. 1만6천800원] 중견부터 신진까지, 널리 알려진 소설가들이 쓴 21편의 4천자 내외 '초단편' 소설집이다. 한국 문학에서 가장 활발하고 꾸준하게 글을 쓰고 있는 작가들이 '현재의 한국 사회'를 주제로 보여주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거지방, 고물가, 오픈런, 번아웃, 중독, 새벽 배송 등 열쇳말을 통해 현재 한국 사회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지, 그 방향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 것인지에 대한 첨예하고 날선 질문들을 던진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학원 강사 면접을 보러 갔다가 어처구니 없는 질문 세례만 받고 온 취업준비생 성규(이기호 '너희는 자라서'), 재벌 목숨 한 번 구한 썰로 일약 스타 강연자가 된 셀럽(김동식 '돈'), AI 시대에 맞춰 작가들을 위해 만들어진 '문장 생성사 자격면허 시험'(곽재식 '제42회 문장 생성사 자격면허 시험'), 타투 도안을 자유롭게 시술하고 지울 수 있는 기계를 사용했다가 극심한 부작용을 겪지만, 그보다 더한 편견에 맞서게 된 피해자들(정보라 '낙인') 등의 이야기가 한국 사회의 아이러니를 그린다. 노동, 일상, 관계 등을 열쇳말로 한 소설을 읽다 보면, '이거 내 얘기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생생하게 현실을 반영한 소설이 대부분이다. 혹은 아직 접해보지 못한 세상을 경험해보게 한다. 문화일보가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기사가 아닌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자는 취지로 연재한 시리즈를 책으로 엮어냈다. 기획의 말에서는 "어떤 사실은 그대로 보여주는 것보다 이야기로 만들어졌을 때 더 명징해진다"며 "애초 인간과 사회를 탐구하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게 소설이 하는 일 중 하나고, 소설가들은 늘 인간의 마음을 유영하고 있기에"라고 했다. 참여 작가는 장강명, 곽재식, 구병모, 이서수, 이기호, 김화진, 조경란, 김영민, 김멜라, 정보라, 구효서, 손원평, 이경란, 천선란, 백가흠, 정이현, 정진영, 김혜진, 강화길, 김동식, 최진영이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동물의 감정은 왜 중요한가,마크 베코프 / 두시의나무 / 424쪽] "동물은 많은 사람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끌리게 하는 감정을 지니는데, 인간과 동물 사이에 공통 언어가 없는 상황에서 감정은 어쩌면 우리가 가장 효과적으로 서로 다른 종과 소통할 수단이 될 것이다."(본문 중에서)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더 풍부한 감정을 느끼는지, 지능이 높은 동물이 지능이 낮은 동물보다 더 큰 고통을 느끼는지에 대해 세계적 동물학자 마크 베코프는 "그렇지 않다"라고 단언한다. 마크 베코프는 인간의 감정을 특별하고 우월하게 여기는 ‘인간 중심주의’를 오만하다고 비판하며, 오히려 인간이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동물이 느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동물들의 일화를 전하는데, 이를 통해 동물의 삶 역시 인간의 삶만큼이나 풍부한 감정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동물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의 혹독한 비판을 받으며 50년 이상 동물의 감정을 연구한 저자는 지난 2007년 내놓은 초판의 감동과 주제 의식을 되살려 17년 만에 전면 개정판을 내놨다. 동물의 감정과 행동에 대해 그간 축적된 다양한 과학적 연구 성과와 증언, 흥미로운 동물의 일화와 저자의 새로운 경험담이 더해져 더욱 깊고 풍성한 내용을 전한다. 책은 열정, 공감, 도덕, 정의, 유대감 등 많은 것을 만들어 내는 인간의 감정과 동물의 감정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감정에 대해 수많은 종이 환경에 대한 적응 수단으로 감정을 진화시킨 ‘진화에 따른 선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동물들은 감정을 통해 서로 간에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며 결속되고, 또 우호·애정·경쟁 등 다양한 사회적 상호 작용을 촉진하고 조절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많은 종의 감정과 관련한 뇌 일부 영역에서 인간과 유사한 형태의 신경 조직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들을 전한다. 책 4장에서는 ‘동물에게 도덕적 감수성이 있고 그 감수성이 우리 인간이 보이는 도덕적 행동의 진화적 전조’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며 인간과 동물은 진화적 연속성 위에서 한배를 타고 서로 공존하는 존재라는 결론에 이른다. 책에서는 죽은 친구에게 애도를 표하는 까치들, 장애가 있는 친구를 기다려주며 함께 길을 떠나는 코끼리들, 납치된 소녀를 구해준 세 마리의 사자, 상어의 공격으로부터 인간을 지켜준 돌고래 떼, 헌신적인 부모 역할을 하는 흡혈 동물 호주 거머리 등 흥미로운 동물들의 일화를 많이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동물에게 이끌리는 이유는 동물의 감정 때문이며, 동물이 우리에게 이끌리는 이유도 우리의 감정 때문인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책을 통해 동물들의 삶에서 인간 세계의 문제를 절묘하게 맞닥뜨리며 우리 자신을 더 이해하는 계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 조선, 시험지옥에 빠지다┃이한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328쪽. 1만8천원]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발굴해 흥미롭게 소개하는 '역사 커뮤니케이터' 이한 작가가 조선시대 과거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낸 책 '조선, 시험지옥에 빠지다'가 발간됐다. 수능부터 고시까지 전 국가적 관심사인 시험은 500년 전 조선에도 있었다. 모든 출세의 왕도인 과거는 인성과 학식, 국가 경영의 자질 등을 두루 깐깐하게 평가하며 조선의 버팀목이 됐다. 높은 수준을 요구한 대신 급제자에게 부와 명예, 권력이 보장됐으니 시험은 전쟁과도 같았다. 저자는 실록의 기록부터 이황의 편지나 정약용의 문집 같은 개인의 기록까지 과거와 관련된 여러 사료를 찾았다. 책에는 우리 시대에 앞서 시험지옥을 겪었던 선배들의 웃지 못할 일화가 녹아 있다. 1천권 이상의 유교 경전을 외우는 것도 모자라 필체까지 갈고 닦았고, 수많은 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유력 가문들은 이름난 학자를 과외 선생으로 데려오기 위해 혈안이었다. 시험장에서는 온갖 부정행위가 시도됐다. 특히 권력형 입시 비리가 횡행하며 조선의 기틀을 흔들기도 했다.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에서 벼슬길에 오른다는 것은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과 동시에 권세를 누리기 위한 자격과도 같았다. 욕망과 좌절로 가득한 치열한 입시 전쟁은 묘한 동질감과 카타르시스를 전전한다. 하지만 그때도 이러한 입시가 가져온 부정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사리사욕과 각자도생의 현실 앞에 흩어지고 무너져버린 조선의 모습을 오늘날의 우리 사회와 비교해볼 만한 일이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아버지의 하얀 이꽃] (홍종의 글·강화경 그림 / 머스트비 / 48쪽) 강원도 태백에는 순직한 광부들을 기리는 순직산업전사위령탑이 있다. 위령탑에는 석탄을 생산하다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4천118명의 이름이 새겨진 까만 위패가 모셔져 있다. 위패에 새겨진 이름들은 우리나라가 전쟁 직후 가난과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시절 산업현장의 최전선에 있던 탄광 노동자들이자, 누군가의 아버지의 것이다.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짧지만 강렬한 그림책 ‘아버지의 하얀 이꽃’이 출간됐다. 책의 주인공 ‘밝음이’는 늘 힘든 일을 하면서도 웃으시는 아버지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버지는 자신이 ‘산업전사’라며 자랑스러워 했지만 밝음이는 아버지가 누구와 싸우는지,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밝음이는 나중에야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가난이란 적과 싸웠고, 또 자신을 위해 깜깜한 어둠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버지는 1960년대 이후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된 석탄을 생산하기 위한수많은 탄광 노동자 중 한 사람이었고, 자식의 밝은 미래를 위해 갱도로 들어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다. 그럼에도 밝음이는 아버지가 까만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내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웃으시는 아버지의 얼굴에 피어나던 ‘하얀 이꽃’을 잊지 못한다. 책은 지난 6월 국내 마지막 탄광이 폐광되면서 석탄 산업이 그 치열했던 막을 내렸지만, 밝음이의 아버지처럼 미래를 밝히기 위해 희생한 광부들의 모습을 기억하고자 출간됐다. 캄캄했던 시절 자식들의 풍요로운 미래를 이루고자 자신을 희생했던 4천118명을 기억하고, 어린이들이 현재의 풍요로움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도록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 한국미의 레이어┃안현정 지음. 아트레이크 펴냄. 434쪽. 3만2천원] 'K-Art, K-Pop, K-Food, K-Movie',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한국의 아름다움은 어느새 한국을 문화의 강국으로 만들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고 있다. 미술계에도 이러한 K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가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고, 여기서 안주하지 않으며 한국미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 시대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미란 무엇일까. 다소 예스런 느낌이 나는 단어 같지만 한국미는 과거의 역사 속에 머물러 있는 아름다움이 아니다. 여전히 활발하게 현대와 미래로 연결되며 새로움을 지니고 있는 원형의 것이다. 신간 '한국미의 레이어' 저자 안현정은 한국미의 개념을 모호한 단어들로 풀지 않고,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26점의 문화재와 26명의 현대작가를 매칭시켜 설명한다. 분청사기, 달항아리, 고려불화, 달마도, 나한상, 미인도 등 문화재를 김근태, 최영욱, 신제현, 한상윤, 신미경, 김미술 등의 유명 현대작가와 연결지어 놓은 책은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국미를 이해하기 쉽게 보여준다. 저자는 한국미에 대해 '이 땅에 살며 스미듯 이어온 한국인의 독특한 활력'이라 말하며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구축되고 있음을 말한다. '눈맛의 발견'이라는 부제를 달아놓은 책은 예술작품을 대할 때 필요한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독자들이 키울 수 있도록 챕터 속에 '눈맛의 발견' 코너를 넣어뒀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